브람스 현악6중주 1번 (Brahms String Sextet Op.18 No.1)
아픔은 마치 슬픔이 사라진 뒤 남는 상처와 같은 것입니다. 사람들은 그런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희망이 있다고 말하지만, 슬픔이 소진되다 남긴 사리(舍利) 같은 아픔의 알갱이를 안고 사는 이들에게 희망이란 아득히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. 그래서 상처가 아직도 존재하는 것처럼 아픔의 조각을 안은 채 과거의 아름다운 기억을 회상하며 위로를 찾습니다. 이 세상에서 무감각한 통증은 없지만, 음악은 그런 통증과 아픔에 위안을 줄 수 있는 안식처가 됩니다.
브람스의 현악 6중주 1번 작품은 마치 상처 입은 동물이 자신의 구석에 숨어들어서 상처를 핥는 것처럼 슬프고도 아름다운 기억들을 떠올리게 합니다. 특히 2악장의 애절한 선율은 슬픔의 심연에 빠져들어 그 안에서 갖은 아픔을 해소시켜주고, 결국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게 해줍니다.
[ Brahms , String Sextet No.1 in B♭ Major, Op.18 ]
슈만이 말했다.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음악은 시작된다.
언어의 끝에는 우리가 앞서 떠나보낸 것들이 모여 있을까.
브람스가 27살 때 슈만의 아내인 클라라를 추모하며 불가능한 사랑의 아픔을 현악으로 표현한 작품이 있죠. 프랑스 영화인 '연인들(Les Amants)'의 2악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. 이 곡은 종종 '브람스의 눈물'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. 브람스는 클라라의 41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이 작품의 2악장 주제를 따로 떼어내어 피아노 솔로로 변주했습니다. 이 변주곡도 현악과 마찬가지로 즐겨 듣는데, 건반의 울림에 몸을 맡기면 마치 잠잠한 강에서 거슬러 올라오는 연어처럼 움직이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.
슈베르트 피아노 트리오 2번 (Schubert Piano Trio No.2 in E flat major D.929)
프란츠 슈베르트의 이단 피아노 트리오 2번(플랫장조, D.929)은 소중한 것들과 작별할 때의 감정이 깊이 전해지는 음악입니다. 그 중 2악장은 여러 영화에서 사용되어 왔는데, 제가 한때 이 곡에 매료되어 있던 때, 영화에서 이 음악을 들었을 때 숨이 멈출 듯한 감정을 느꼈습니다. 영화 감독이 슈베르트의 선율을 씬에 맞게 사용한 멋진 타이밍과 감각에 감탄을 했었지요. 이 곡은 전도연과 최민식이 주연한 '해피엔드(Happy End, 1999)'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.
진동으로 음악은 만들어진다 (0) | 2022.04.07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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